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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연습장

4월 첫주 연습장 : 몇개월 만의 그림 그리기

정체기를 깰 수 있었던 이유

3월까지는 개인적으로 약간의 방황(?)이 있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공모전만큼은 나가기로 결심을 했기 때문에 공모전 그림만 그렸다. 나름대로 그림 그리지 않을까 싶어서 캔버스에 바탕칠까지는 몇 개 해 두었는데 그건 여전히 채우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4월 초에는 연습장을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어떻게 정체기를 깨고 다시 붓을 들 수 있었을까? 다시 생각을 해 봤다.

 

 

 

몇개월만에 그린 첫 연습장 그림

 

3월까지 그림을 그리기 힘들었던 이유

여러 가지 일이 많았던 연초였다. 그 와중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경제적인 부분까지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물론 현재진행형임) 이러니 자꾸만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ㅇ지 않았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찾았고, 그림 전업으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전에도 계속 붙잡고 있던 디자인일과 영상편집일을 알아봐야 하나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관련 정보들도 찾고 돈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계속해서 찾아보고 공부를 했다.

그렇게 지난 3월까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정작 제대로 실천이 잘 되지 않았다.

나는 실천력이나 행동력이 굉장히 높은 사람인 편에 속한다. 뭔가 마음 먹으면 일단 할 수 있는 일들부터 다 처리해 두는 편이다. 주변에서도 내 실행력에 있어 인정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고 시간만 흘렀다. 그리고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쉬는 시간은 줄어들고 숙면은 취하기 힘들었으며 낮시간에 일하는 직장에서는 실수가 늘어났다. 잠을 제대로 못자니 당연했다.

마음은 조급하고 처리해야 하는 일은 많은데 맘대로 뜻대로 풀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자꾸만 의심이 들었다. 내가 이 일들로 돈을 버는게 맞나? 어떤 부분에서는 거짓말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관련 포트폴리오가 없는 분야에서 디자인으로 돈을 벌려고 하니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어야 했고 자주 하던 일이 아니다보니 쉽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것저것 찾아보고 나름대로 아이디어 스케치도 해 보고 레퍼런스도 찾고 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작업물을 만들려고 할 때 자꾸만 번복하게 되었다. 아, 이게 아닌데..? 이런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이고 자존감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일을 못하는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름 디자인을 4~5년 했었는데 말이다. 대체 그동안 어떻게 일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더라. 마음이 많이 무너졌다.

 

 

 

결국 다시 정신 차리게 된 계기는

이렇게 힘든 와중에 어느 날 문득, 책상에 항상 놓여져 있던 연습장을 들춰 보게 되었다. 나는 책상을 2개 쓴다. 하나는 컴퓨터 작업용 책상이고 하나는 그림 그리는 책상이다. 두 책상은 일렬로 붙어 있어서 나는 자리만 옮겨 다니며 그림도 그렸다가 컴퓨터도 사용했다가 반복하는 편이다. 

그런데 지난 1~3월 동안에는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았다. 겨우 공모전에 낼 그림 하나만 그렸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볼까 마음이 동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책상을 방치해 두었었는지, 수채화용 물을 받아두는 유리병에 물이 10%정도밖에 안 남아 있었다. 보통 80% 이상 채워두는데 말이다. 수개월 방치했더니 다 증발해 버린거다.

다시 물을 채우고 오랜만에 붓을 들었다. 마음이 진정이 되더라. 오로지 여기에만 집중 할 수 있으니 잡념이 사라지고 시간을 잊게 되고, 조급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오랜만에 붓을 잡으니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굳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을 말리면서 다른 스케치를 해 봤다. 역시 연필도 오랜만에 잡았다. 손이 굳어서 마음대로 스케치가 안 되고 형태도 잘 못 잡겠더라. 하지만 몸이 기억하고 머리가 기억하니까 금방 다시 돌아오는 기분.

그리고 며칠 뒤 우울한 사건 때문에 다시 붓을 잡았다. 연습장을 다시 펼쳤다. 나는 슬픔이란 감정이나 침울한 감정이 들면 그림을 그리게 되는 편이다. 그래야 슬픈 생각을 덜 할 수 있고 잡념도 걷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림 그리는 일이 나를 힐링해 준다. 해소도 된다. 생각을 더 맑게 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부분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

사실 내가 진짜 해야 하는 일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돈 벌 수 있다고 하는 디자인이나 영상 편집일이 아니었다. 그건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보통은 그림 그린다고 하면 그거 돈이 되냐고 묻는다. 차라리 디자인이 더 돈이 되지 않냐고 묻는다. 내가 생각해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과거에는 회화과에 간다고 하면 엄청 부자이거나 아니면 현실 감각 없는 애라고 생각을 했다. 차라리 디자인과를 가는게 취업에도 더 좋다고 했다. 나도 그런 소리를 들어봤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언제나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림 그리기로.

정말.. 정말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나는 어쩌면 3개월을 또 허송세월한거다. 분명 그림을 중심으로 하기로 해놓고는...! 또..!

물론 지금 당장은 그림만 그려서 먹고 살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겐 다른 무기가 하나 더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수입을 가질 수 있다. (역시나 그림 그리기 처럼 한편으로는 무시해 왔던 능력이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안정적으로 수입을 유지할 수 있는 일 + 그림 그리기로.

여러 가지 복잡한 거 생각하지 말고 딱 이 두가지만 가지고 내 나름대로의 영역을 펼치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그동안에는 너무 복잡하게 여러 가지 다 하려고 했었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 그리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정말 딱 그런 사람이다. 잘하면서도 좋아하는 일. 그 일이 아니면 정말 너무 견디기가 힘든 사람이다. 어쩌면 장점이고 어쩌면 단점이다.

그냥 회사만 다니면서 살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난 일이라 지금 와서 후회하거나 길을 돌리려고 해도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좋아하면서도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것이 꼭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더라도 소위 '대기업'이나 '공무원', '공기업'은 아니더라도 나는 만족하며 오히려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여러 닥친 문제들 때문에 불안하고 힘들고 괴로운 상황이 이어질거다. 알으로 수개월만 힘들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나는 더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그리고 뭘 하면 안되는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안하는 것도 너무너무 중요하다.

이제는 다시는 빙빙 돌아 되돌아오지 말고, 앞으로 쭉쭉 나아가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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